생성형 AI는 이제 누구나 몇 초 만에 이미지, 음악,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은 누구의 것일까요?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할 수 없다는 사실이, AI 콘텐츠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벽으로 남아 있습니다.
저작권 공백이 만드는 병목
전통적인 저작권 체계는 "인간 창작자"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거나 곡을 쓴 사람이 명확히 존재하고, 그 사람에게 저작권이 귀속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만든 결과물에는 이 전제가 깨집니다. 프롬프트를 입력한 사람, AI 모델을 만든 회사, 모델을 학습시킨 데이터의 원저작자 — 누구의 권리가 우선하는지에 대한 합의가 아직 없습니다.
이 불확실성은 단순히 법적 논쟁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실제 비즈니스에서는 훨씬 구체적인 문제로 나타납니다. 브랜드는 AI로 만든 캐릭터를 광고에 쓰기 전에 "이 캐릭터의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지"를 확인해야 하고, 플랫폼은 AI 생성 콘텐츠를 유통하기 전에 "이 콘텐츠가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지"를 검증해야 합니다. 이 검증이 불가능하거나 너무 번거로우면, 결국 AI 콘텐츠는 제도권 밖에 머물게 됩니다.
"누가, 언제, 어떻게" — 출처가 곧 신뢰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콘텐츠 자체의 소유권을 법적으로 확정하기보다, "이 콘텐츠가 누구에 의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생성되었는가"를 변경 불가능한 형태로 기록하는 것입니다. 이를 흔히 프로비넌스(Provenance), 즉 출처 증명이라고 부릅니다.
출처 증명이 갖춰지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창작자는 자신이 만든 결과물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를 갖게 되고, 브랜드와 플랫폼은 "이 콘텐츠는 어떤 모델로, 언제,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검증하고 그에 따라 라이선스 계약을 맺을 수 있습니다. 법적 소유권 분쟁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거래의 출발점이 되는 사실 관계는 명확해집니다.
왜 온체인이어야 하는가
출처 정보를 기록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 블록체인, 특히 퍼블릭 블록체인이 주목받는 이유는 변경 불가능성과 제3자 검증 가능성 때문입니다.
한 플랫폼의 내부 데이터베이스에 "이 콘텐츠는 A가 6월 14일에 생성했다"고 기록해둘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록은 해당 플랫폼이 통제하는 데이터이기 때문에, 분쟁이 생겼을 때 제3자가 독립적으로 검증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온체인에 기록된 정보는 누구나, 언제든, 어떤 중개자도 거치지 않고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의 해시값, 생성 시점, 생성자의 지갑 주소가 한번 기록되면 그 누구도 — 플랫폼 운영자조차 — 사후에 조작할 수 없습니다.
이는 특히 콘텐츠가 여러 플랫폼과 주체를 거쳐 유통될 때 중요해집니다. AI로 생성된 캐릭터가 처음에는 소셜 미디어 콘텐츠로, 다음에는 브랜드 협업으로, 또 다음에는 NFT로 거래된다면, 그 모든 단계에서 "원본의 출처"를 추적할 수 있는 단일한 기준점이 필요합니다. 온체인 기록은 그 기준점이 됩니다.
실용적인 접근 — 모든 것을 해결하지 않아도 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온체인 출처 증명이 저작권법의 모든 질문에 답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AI가 만든 콘텐츠에 저작권이 인정되는가"라는 근본적인 법적 질문은 각국의 입법과 판례를 통해 별도로 정리될 영역입니다.
하지만 비즈니스의 관점에서는, 법이 모든 답을 내려주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출처가 명확하고 검증 가능하다면, 그 위에서 라이선스 계약, 수익 분배, 2차 활용에 대한 약정을 당사자 간에 체결할 수 있습니다. 즉, 출처 증명은 법적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하지만, 그 불확실성 위에서도 거래가 가능하게 만드는 실용적인 기반이 됩니다.
맺으며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콘텐츠의 양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입니다. 이 콘텐츠들이 단순한 디지털 산출물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경제적 가치를 갖는 자산이 되기 위해서는, "이것이 어디서 왔는가"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답이 필요합니다. 그 답을 온체인에 기록하는 것 — 이것이 AI 콘텐츠의 상업화를 가로막는 병목을 푸는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입니다.